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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2026년 11월 5일

같은 고객이 두 번 지은 극장, 외국계 미디어 기업 디럭스 오피스

작성자 · SPACEBASE

같은 고객이 두 번 지은 극장, 외국계 미디어 기업 디럭스 오피스 — 같은 클라이언트가 두 번째 오피스를 같은 팀에 다시 맡긴다면, 첫 번째 공간에서 무엇이 이어질까요? 글로벌

같은 클라이언트가 두 번째 오피스를 같은 팀에 다시 맡긴다면, 첫 번째 공간에서 무엇이 이어질까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 디럭스(Deluxe)는 한국지사 오피스를 스페이스베이스(이하 '스베')와 만든 뒤, 두 번째 사옥도 스베에 맡겼습니다. 1차는 단층 94평 공간을 '영화관' 콘셉트로, 2차는 3개 층 228평 공간을 '야외극장' 콘셉트로 풀었는데요. 같은 극장 모티브가 두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넓어졌는지, 시안과 준공 사진을 나란히 놓고 소개합니다.

디럭스는 1915년 설립된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영상 번역과 자막 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사는 공유오피스를 쓰다가 독립된 공간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국내 콘텐츠 수요가 늘며 업무가 커진 시기였습니다.

1차 프로젝트는 2023년 3월, 2차 프로젝트는 2024년 9월에 준공했습니다. 두 준공 사이의 간격은 약 1년 반인데, 디럭스의 성장세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붉은 원형 로고에서 시작한 영화관 콘셉트

붉은 원형 천장 아래 유리 칸막이 회의실이 놓이고 오른쪽에 붉은 커튼이 이어지는 1차 오피스의 3D 시안
1차(2023.03) 회의실 구역 시안(3D). 붉은 원형 천장 아래 유리 칸막이 회의실을 두고, 오른쪽에 붉은 커튼을 배치했다.
붉은 원형 천장 아래 회색 원형 카펫 위에 유리 칸막이 회의실이 놓인 1차 오피스 준공 사진
1차(2023.03) 같은 구역의 준공 사진. 붉은 원형 천장 아래 회색 원형 카펫 위에 유리 칸막이 회의실이 놓였다.

1차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에는 30인이 일할 워크공간과 미팅공간, 예산, 로고 가이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에 디럭스라는 회사를 연구해 그에 맞는 무드로 연출해 달라는 요청이 더해졌습니다. 필요한 공간은 RFP에 정해져 있었지만, 그 공간을 어떤 분위기로 만들지는 스베가 정해야 했습니다. 제안은 세 나라에서 접속한 디럭스 담당자들에게 화상으로 발표했습니다.

콘셉트의 출발점은 디럭스의 붉은 원형 로고였습니다. 스베는 로고를 보고 곧바로 영화관의 붉은 커튼을 떠올렸고, 영화와 영상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정체성을 반영해 '영화관'을 공간 콘셉트로 정했습니다. 극장의 분위기는 붉은 커튼과 곡선형 천장, 원형 조명으로 오피스 안에 구현했습니다. 회사를 연구해 달라는 요청에, 디럭스가 이미 가진 로고와 업의 성격에서 답을 찾은 셈이죠.

시안대로 지은 1차 오피스

원형 기둥 벽면에 로고가 있고 그 옆으로 붉은 커튼이 이어지는 1차 오피스 로고 벽의 3D 시안
1차(2023.03) 로고 벽 시안(3D). 붉은 원형 천장 아래 원형 기둥 벽면에 로고를 두고, 기둥 옆으로 붉은 커튼을 이었다.
원형 기둥 벽면에 붉은 로고가 달리고 그 옆으로 붉은 커튼이 이어지는 1차 오피스 준공 사진
1차(2023.03) 같은 구역의 준공 사진. 원형 기둥 벽면에 로고가 달리고, 기둥 옆으로 붉은 커튼이 이어진다.

로고 벽의 시안과 준공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원형 기둥과 로고, 붉은 원형 천장, 회색 원형 카펫, 기둥 옆의 붉은 커튼까지 구성이 같습니다.

원형 조명 아래 붉은 벨벳 커튼이 벽면을 두르고 테이블과 의자, 모니터가 놓인 1차 오피스 회의실
1차(2023.03) 원형 조명 아래 붉은 벨벳 커튼이 회의실 벽면을 둘러싸고 있다.

스베는 3D 시안을 보여 준 뒤 실제로 쓸 마감재를 보여 주는 '마감재 미팅'을 따로 진행합니다. 3D 시안에 다 담기지 않는 마감재의 질감과 색상은 이 미팅에서 확인합니다. 시안으로 공간의 구성을 보고, 마감재는 실제 재료로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흰 책상과 의자가 놓이고 세로 홈 마감의 기둥이 서 있는 1차 오피스 오픈 업무 구역
1차(2023.03) 흰 책상과 의자가 놓인 오픈 업무 구역. 세로 홈 마감을 한 기둥이 서 있다.

1차 공간에는 근무 인원 30명의 업무 공간과 회의실 4개, 폰부스 2개, 오디오·비디오 품질을 확인하는 QC BAY 2개가 들어갔고, 외부 테라스도 함께 구성했습니다. 설계에 4주, 공사에 40일이 걸렸습니다.

94평에서 228평으로

시어 커튼 앞 둥근 단 위에 노란 체어와 테이블, 오렌지 계열 체어가 놓인 2차 오피스 좌석 구역
2차(2024.09) 시어 커튼 앞 둥근 단 위에 노란 체어와 낮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2차 역시 같은 이유에서 시작됐습니다. 국내 콘텐츠 수요가 늘어 업무가 많아졌고, 충원한 인원을 위해 공간을 넓혀야 했습니다. 디럭스는 다른 건물로 이전하며 3개 층을 쓰게 됐고, 면적은 층당 76평, 총 228평으로 1차의 약 2.4배가 됐습니다.

근무 인원은 1차의 30명에서 80명으로 늘었습니다. 2차에는 회의실 4개와 오픈 미팅 4개, 폰부스 6개, QC BAY 6개가 들어갔는데요. 1차와 견주면 회의실은 4개로 같고, 폰부스와 QC BAY는 각각 2개에서 6개로 늘었습니다.

조직이 커지고 QC BAY가 더 많이 필요해지면서, 공간을 넓히는 일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근무 인원이 약 2.7배로 느는 동안 QC BAY는 3배가 됐습니다.

면적과 함께 모이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1차는 공간이 작아 공용 라운지 없이 내부 카페테리아만 두었습니다. 2차에는 전체 미팅을 열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의 공용 공간이 생겼습니다.

극장에서 야외극장으로

계단형 벤치와 곡선 카운터, 붉은 원형 카펫이 보이는 2차 오피스 타운홀 겸 카페테리아 구역의 3D 시안
2차(2024.09) 45인 타운홀 겸 카페테리아 구역 시안(3D). 곡선 카운터 앞에 붉은 원형 카펫을 깔고, 왼쪽으로 계단형 벤치를 두었다.
CAFETERIA 사인이 걸린 아치형 구조 아래 곡선 카운터와 붉은 원형 카펫이 놓인 2차 오피스 타운홀 겸 카페테리아 구역 준공 사진
2차(2024.09) 같은 구역의 준공 사진. 아치형 사인 구조 아래 곡선 카운터와 붉은 원형 카펫이 시안과 같은 자리에 놓였다.

1차 콘셉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2차에서도 '극장'을 이어 가고자 했습니다. 다만 같은 디자인을 두 번 하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차의 극장 모티브를 확장해 '자연 속 야외극장의 낭만'을 사옥 전체에 구현했습니다.

야외극장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을 적용하려 했고, 야외극장이 극장보다 낭만적이고 디자인 요소도 재미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야외극장이라는 설정 덕분에 '극장'을 잇는 일과 자연을 들이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한 콘셉트 안에서 함께 풀 수 있었죠.

*바이오필릭 디자인: 사람에게는 자연과 이어지려는 본능이 있다는 전제에서, 자연의 요소와 패턴을 공간에 들이는 설계 방식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과 창의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Terrapin Bright Green, 2014).

시안과 준공 사진 속 구역은 45인 규모의 타운홀 겸 카페테리아입니다. 카페 바로 앞으로 계단형 벤치와 라운지가 이어져 한 구역이 카페테리아와 타운홀을 겸하고, 극장형 구조로 구성해 깊이와 무드를 줬습니다. 바(카운터) 디자인에는 옛 영화관의 외부 매표소 형태에서 얻은 영감을 적용했습니다.

붉은 커튼과 원형 카펫은 2차 사진에서도 보입니다. 1차에서는 회색 원형 카펫을 깔고 회의실 벽면을 붉은 벨벳 커튼으로 둘렀다면, 2차에서는 원형 카펫이 붉은색이고 아치형 창 안쪽에 버건디 커튼이 걸렸습니다.

아치형 창 안쪽의 버건디 커튼과 바닥의 붉은 원형 카펫 위에 긴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2차 오피스 구역
2차(2024.09) 아치형 창 안쪽에 버건디 커튼이 걸려 있고, 붉은 원형 카펫 위에 긴 테이블을 놓았다.
버건디 커튼이 걸린 아치형 창 두 개 아래로 긴 벤치가 벽을 따라 이어지는 2차 오피스 구역
2차(2024.09) 버건디 커튼이 걸린 아치형 창 두 개 아래로 긴 벤치가 벽을 따라 이어진다.

2차는 차분한 레드톤과 우드를 베이스로 자연 소재의 온기를 더했습니다. 마감에는 야외의 무드를 내기 위해 베이지 컬러의 특수 도장과 우드, 벽돌을 썼는데요. 특수 도장과 벽돌은 야외에서 쓰는 재료로, 공용 라운지도 이 재료로 풀었습니다. 실내에 야외용 마감을 들인 것은 야외극장이라는 설정 때문이죠. 사인에는 DRAMA, COMEDY, THRILLER 같은 영화 장르명이 쓰였습니다.

우드 프레임 사이 베이지색 마감 위에 붙은 'DRAMA' 글자 사인 클로즈업
2차(2024.09) 사인 'DRAMA' 클로즈업.
베이지색 벽 패널 앞에 갈색 계열 부스형 좌석이 놓인 2차 오피스 좌석 구역
2차(2024.09) 우드 마감 칸막이와 갈색 계열 부스형 좌석.

방음이 먼저인 회사

영상과 음향을 다루는 회사인 만큼, 디럭스의 두 오피스에서 방음은 처음부터 따져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1차에서는 영상 작업 특성상 스튜디오의 방음 성능이 중요해 차음 설계에 비중을 뒀습니다. 2차의 오디오·비디오 QC BAY에는 방음문, 흡음 마감, 전용 음향 설비에 이르는 특수 시공이 요구됐습니다.

QC BAY 설계에는 디럭스 본사의 기준이 있습니다. 카메라와 스피커는 내부 기준에 따라 위치를 정하고, 벽과 천장은 오디오를 깨끗하게 들을 수 있도록 방음과 흡음을 갖춰야 합니다. 바닥재는 기기를 수리하거나 옮기기 쉽게 설계해야 하고, 평면은 외부인의 동선이 차단되도록 설계해야 하며 외부인 접근 제한 구역도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 방음·흡음을 뺀 나머지는 장비를 다루는 방식과 사람의 출입에 관한 것이죠. QC BAY는 소리와 함께 장비와 보안까지 설계 단계에서 정해 두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방음은 건물 계약 단계에서부터 변수였습니다. 2차에서는 3개 층 가운데 한 층을 지상층보다 평수가 넓은 지하층으로 쓸 계획이었습니다. 계약이 진행되는 중에 스베팀이 지하층을 현장 방문했는데, 진동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알고 보니 주변을 지나는 지하철 때문이었습니다. 스베는 이를 발주처에 알렸고, 다른 층을 임대하는 쪽으로 결정됐습니다.

지하철의 진동은 인테리어 공사로 막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방음 공간이 많이 필요한 회사라면, 건물 계약을 마무리하기 전에 현장의 진동과 소음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클라이언트를 두 번 맡으면

같은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면 설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달라집니다. 스베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일 클라이언트를 진행하게 되면 발주처의 니즈를 훨씬 더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사용하는 분들은 그 회사의 특징이 몸에 배어 잘 설명해 주지 못하시는데, 두 번을 진행하면 그 회사의 구성원보다 회사의 니즈를 더 잘 알게 됩니다."

구성원에게 익숙한 특징일수록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그래서 RFP에도 잘 적히지 않습니다. 2차에서 '극장'은 이어 가되 같은 디자인은 반복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1차 콘셉트에 대한 만족도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피스를 다시 짓는 회사라면 첫 공간에서 이어 갈 것과 바꿀 것을 먼저 나눠 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디럭스의 2차는 '극장'을 이어 가면서, 늘어난 인원과 QC BAY에 맞춰 규모를 키우고 전체 미팅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새로 들였습니다.

전체 사진은 스베 포트폴리오의 디럭스 1차와 디럭스 2차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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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자인 제공_스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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